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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흐르고
어느 보안하사관 이야기군단사령부 안에 있는 군사우체국에 정기적으로 우편검열하러 오는 보안하사관 모 하사가 있었다. 오면 보안반에 들리고는 했는데 내가 있으면 같이 사무실 밖에 나가서 담배 피우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는 했다. 사람이 똘방똘방해 보이는 그는 제대신청을 해도 제대도 안되고 해서 최후의 수단으로 보안교육대에서 받는 보수교육과정에서의 시험에 백지를 내고 돌아온터였다. 그의 아버지는 목포인지 군산인지에서 무슨 사업을 했는데 밀수도 했더란다. 밀수가 본업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그의 아버지에게 정기적으로 사복바지에 넥타이 매고 장교점퍼를 입은 사람들이 검은 짚차를 타고 찾아 와서는 돈을 받아가는데 자기 아버지는 돈을 주면서도 그저 굽신 굽신. 고등학생이었던 그의 눈에 그 장교점퍼들이 굉장히..
제대를 몇 달 앞두면 정말 시간이 안간다. 1군단에서의 생활은 이런 저런 크고 작은 사건 사고로 채워져 가며 느리게 흘러갔다. 사고는 주로 저녁에 밖에 나가면서 생기는데 밖에 나가는 주된 이유는 서울, 경기 일원의 동기 녀석들이 찾아오기 때문이었다. 그러면 나는 마다하는 법 없이 나가서 같이 어울렸는데 한 네번 정도 반장한테 들켜서 찐빠(ㅎㅎ 군대용어?) 먹고 했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 그러다가 한번은 고양 파출소를 부수고 또 한번은 놀러온 녀석이 1군단보안부대 선임하사 모 최고 고참상사의 아구통을 돌리는 바람에 큰 사고가 돼서 좀 기합도 받고는 했지만... 주침야근조장인 나는 근무를 서지 않아도 됐다. 그래도 시간을 죽이는 방법으로 특별한 일이 없으면 밤근무를 섰다. 내가 밤근무를 서면 졸병들은..
육식을 못하면 시중에서 사먹을 수 있는 음식이 상당히 제한된다. 가장 먹고 싶었던 음식 중에 짜장면 짬뽕이 있었다. 대부분의 중국집이 닭육수, 돼자고기고명을 쓰고 또 과다하게 MSG를 넣는 관계로 '그림의 떡'이된 음식이다. 직접 만들려니 중국집 주방 곤로의 700~800도 강력한 화력에서 나오는 불맛을 내기 어려워서 포기하고 있었다. 시골짜장면 어느날 TV에서 소개한 전북 익산에 있는 문패도 없는 한 시골 중국집(?)에서 만들어 파는 시골짜장면을 알게 되었다. 35년 전에 시골 아줌마(고정자 할머니)가 생계를 위해 짜장면과 멸치 육수로 만든 국수를 만들어 팔게되었단다. 정식으로 중식을 배워 본 경험도 없었을 아줌마는 불맛은 커녕 고기재료도 구할길이 없었는지 그저 늙은 호박, 양배추, 대파만 썰어 넣고 ..
사랑은 늘 도망가 - 이문세
마트에 갔다가 생물고등어가 있길래 시메사바 레시피 생각이 나서 들고 왔다. 세장 뜨기가 아니고 한쪽은 가운데 뼈까지 뜬 두장 뜨기가 되어있는 팩인데 아마도 구이용인듯하다. 신선도를 확신하지는 못하나 레시피를 시험해보기 위해서 그냥 강행. 시험 해볼 내용은 너무시어지지 않는지 하는 것과 설탕의 첨가 여부다. 첫번째, 신맛 바로 꺼내서 썰어먹어본즉 정말 너무 시다. 어느 블로그에서 본 문제점이 그대로인듯 했다. 그런데 조금 시간이 지나니까 식초가 날라가서 그런지 아니면 내 입맛이 무디어져서 그런지 신맛은 그리 문제될듯 하지 않다. 두번째, 설탕 첨가 여부 설탕은 넣어도 안 넣어도 괜찮을듯 하다. 이 설탕보다는 갈은 생강, 쪽파로 시메사바의 맛을 부추기는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메사바 레시피에 대해..
오늘도 동네에서 마주친 외발 노인네. 깨끗한 알미늄 목발 양 옆에 끼고 검은색으로 코디한 군모에 입성도 깔끔하다. 7부 바지, 긴 양말에 신발은 담록색, 갈색, 베이지색 들어간 끈매는 가죽신, 너무 멋지다. 다만 오른 쪽은 빈 바짓단만 하늘 하늘 늘어져 있다. 사진 한장 찍고 싶었다. 오후 늦게 길게 누운 햇빛에 목발, 다리, 멋진 신발, 빈 바짓단 그리고 목발에 그 긴 그림자를 뒤에서 잡으면 좋겠다 싶은데 말을 못했다. 지난 번 어느 눈이 시리도록 햇빛 화창했던 날에도 이 노인네의 외발에 신켜진 멋진 신발을 보았었다. 어디서 샀냐고 물어보고 싶을 정도로 너무 멋진 신발. 다른 쪽 신발들은 어디 있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저리다.
특수보안대의 망신군단사령부에는 여러 타부대 병력들이 들어와 있었다. 공군, 국방부 파견대... (생략). 이 국방부 파견대는 적정탐... 생략... 그들의 근무지는 군단 통신벙커 외곽으로 문이 나있었는데 '특수보안' 이라는 문패만 하나 달랑 걸려 있었다.어느 날 보안반에 군단에 들어와 있는 타부대 병력 현황을 파악 보고하라는 연례행사 업무가 주어졌다. 보안반의 김하사가 직접 다니면서 파악하겠다고 돌아 다녔다. 김 하사는 장기하사였는데 사람이 아주 온순하고 착했다. 결혼도 했던 것으로 기억난다.김하사가 타부대 병력을 파악하고 다니던 과정에서 '특수보안' 문을 두드렸다. 어떤 장교머리의 츄리닝 입은 친구가 문을 열고 나와서는 여기 누구 몇 명이 근무하냐고 묻는 김하사를 아래 위로 훌터보더니 "몰라! 가..
헌병대장 어느날 아침 본대에서 튀어들어오란다. 아마도 그 전날 밤에 고양삼거리에 나가서 술마시고 했던게 소식이 들어갔던가 해서 기합을 주려고 부른거였다. 후문으로 나가서 버스 정거장에서 멍하니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본대가 있는 삼거리까지는 버스로 두 정거장인가 한 정거장인가 했다. 왠 군용짚차 1호 차가 내 앞으로 왔다. 멍하니 쳐다봤다. 그 차는 내 앞을 지나 반대편 언덕 위로 올라갔다. 군단헌병대였다. 조금 있더니 헌병대 정문에 근무를 서고 있던 헌병 두 명이 구보로 뛰어 내려왔다. 그러고는 나를 검문했다. 나는 처음으로 헌병의 검문을 받아보는 거였다. "소속이 어디입니까?" 난 병장이니까 당연히 말을 높혀야쥐 이넘들아. 장난기가 발동했다. "나? 국군인데 왜?" 헌병들이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 ..
2기갑에서 한달 여를 잘 놀다가 느닷없이 1군단사령부 영내에서 근무하는 통신보안조에 배치됐다. 이때쯤에는 병장으로 진급해 있었다. 1군단조는 안모하사가 조장을 하고 있었고 이국ㅎ일병, 그 아래 신병 하나가 있었다. 안모하사는 나보다 어리고 군대생활도 짧았다. 서로 불가원 불가근 했는데 얼마 있다가 전출 가고 내가 조장을 했다. 군단 내에 있는 보안반에는 이모소령, 상사, 하사, 서무병 김병장, 운전병, 방위 들과 ASP 1명이 있었다. 크진 않지만 단단한 체구의 보안반장은 육사 출신이었는데 다른 보안반장들과는 달리 보안대 티를 전혀 안냈다. 언젠가 당시 1군단 참모인 정순덕대령(하나회, 후에 민정당 사무총장)과 같이 이야기를 하는데 보니까 부동자세를 취하고 군대식으로 말하고 대답하는 등 깍듯이 상전으로 ..
을매나 기다려야할지는 안갈카주더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