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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ries

군대이야기 - 1군단사령부 (2)

고부운 2013. 9. 28. 07:01

헌병대장

어느날 아침 본대에서 튀어들어오란다. 아마도 그 전날 밤에 고양삼거리에 나가서 술마시고 했던게 소식이 들어갔던가 해서 기합을 주려고 부른거였다. 후문으로 나가서 버스 정거장에서 멍하니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본대가 있는 삼거리까지는 버스로 두 정거장인가 한 정거장인가 했다.

왠 군용짚차 1호 차가 내 앞으로 왔다. 멍하니 쳐다봤다. 그 차는 내 앞을 지나 반대편 언덕 위로 올라갔다. 군단헌병대였다. 조금 있더니 헌병대 정문에 근무를 서고 있던 헌병 두 명이 구보로 뛰어 내려왔다. 그러고는 나를 검문했다. 나는 처음으로 헌병의 검문을 받아보는 거였다. "소속이 어디입니까?" 난 병장이니까 당연히 말을 높혀야쥐 이넘들아. 장난기가 발동했다. "나? 국군인데 왜?" 헌병들이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 왠 국군? 이건 뭐지? 난 그러면서도 머리를 돌리고 있었다. '아항 아까 그 차가 헌병대장차구나. 정문에 잠깐 섰던게 타부대차량이 방문 목적 그런거 이야기 한게 아니고 위병들한테 내가 지한테 경례 안했다고 잡아다가 군기교육대 아니면 영창에 집어넣으라고 했겠구나. 어떻게 하지. 뒤로 튀어서 군단으로 들어 가버리는 건 쉬운데 쪽팔리고, 지금 이 넘들은 자기네 부대장 지시라 내가 아무리 보안대 어쩌구 저쩌구 겁주고 공갈쳐봤자 '아 그렇습니까!' 하고 돌아설 상황은 아닌 것 같고.... 튀면 어젯밤 도망간 껀에 오라는데 오지도 않고 일을 하나 더 만드는 꼴이 되고 ... 순간적으로 고민하다가 그냥 헌병대로 가기로 결정했다. '에라 모르겠다, 이참에 헌병대나 한번 구경해보지뭐' 헌병들이 말하기를 자기네 헌병대장이 나를 복장불량에 군기위반으로 잡아오랬단다. 안다 이넘들아. 내가 가면 니들이 뭐 어쩔건데.

나는 헌병들과 같이 협조적으로 올라가서 당직대에 들어갔다. 당직대에는 당직하사 포함 3명이 앉아 있었는데 내 소속을 물었다. 당직하사는 짠밥이 있는지 딱 보고는 내가 자기네가 처리가 안되는 이상한 놈인 것을 알아 봤다. 소속대로 연락하라고 했다. 본대로 연락했더니 강상사가 부리나케 달려왔다. 뭐라고 큰소리로 나를 나무라면서 데리고 나왔다. 본대로 가서 반장한테 한참을 쪼였다. 그래도 치지는 않는다. 보안부대 장교 하사관들은 사병을 때리지 않는다. 다 꼬리표가 달려있고 자기네가 때릴 필요 없이 그 윗 고참을 야단치는 식으로 조였다. 난 윗 고참도 없으니 뭐.

군단으로 돌아와서 나는 졸병들에게 지시했다. "야 이 장비 하나는 다 헌병대에만 집중해! %^#^@&*& 특히 헌병대장꺼 전부!"

 

복수

보안사 내에서 515를 통보리 통보리하고 낮춰보는 경향이 있지만 병 개개인의 파워를 보면 일반 보안대 사병보다 통신보안쪽 사병이 훨씬 더 큰 권력(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 헌병대에 끌려갔던 일로 나는 복수를 했다.

나는 그날부터 일과시간에 헌병대장 및 헌병대를 타킷으로 근무했다. 졸병 이국ㅎ이 그러는데 헌병대장은 자기 전화를 잘 안쓴다고 했다. 내 목표는 헌병대장을 직접적으로 어떻게 하자는 게 아니었다. 그럴 능력도 없고. 보안대 쪽에서 헌병대를 찍고 있다는 감과 어떻게든 헌병대장이 모욕감이나 압박감을 느끼게 하는 거였다. 우선 헌병대의 이런 저런 업무 전화에 듣고 있다는 신호(일부러 클릭음 주기)를 주었고 몇 번인가는 아예 통신보안 경고음을 주었다. 삼송리 검문소에 근무하는 헌병대 하사관은 같이 근무하는 보안대 검문조를 통해서 자기가 실수한 것 같은데 넘어가 달라고 연락이 오기도 했다.

헌병대장 관련해서 드디어 그 기회가 왔다. 헌병대장 당번병 모 일병 녀석이 헌병대장 전화로 경기도 일영 어디에 있는 일반부대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일반부대 친구가 군대전화로 사담을 해도 괜찮은지 염려를 했다. 헌병대장 당번병 녀석이 "이 전화는 괜찮아 헌병대장 전화야" 했다. 잘걸렸다. 경고음과 함께 내가 개입해 들어가서 "괜찮기는 뭐가 괜찮아 이놈아! 들어가 이놈시캬" '브악 브악' 허겁지겁 전화 끊는 소리.

이 정도로 하고 멈췄다. 어떤 방식으로든 헌병대장 귀에 들어갈 정도는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소심한 복수 조금 더

군단 통신벙커는 입구는 밤낮으로 헌병이 지킨다. 그런데 이 녀석들이 밤에는 조는 정도가 아니고 아예 잔다. 밤새도록 서는 말뚝 보초니까 그럴만도 하고 밤에는 방카 안에서 근무를 서니까 가능하다. 여기 보초 오는 녀석들은 다 졸병들이라고 이국ㅎ이 얘기 해줬다. 한날 세상모르고 자는 헌병 녀석의 총을 살그머니 집어다가 우리 방에다 감춰버렸다. 얼마 안있어서 헌병 녀석이 사색이 되어서 우리 방을 두드렸다.

우는 소리로 "제 총 좀..." 통신벙커 근무자 애들이 얘기 해줬겠지.

"너 누군데 여기와서 총을 찾어?"

"헌병대 모모상병 입니다"

"어? 니가 상병이야? 근데 너 왜 딱 일병같이 생겼어? 너 말가리 했지. 내가 척 보면 알아. 너 일병이지?"

"... 네"

"야 이놈아 우리 애들 말가리 한거 봤어? 우리 국ㅎ이가 지금 일병 왕고참이라 내일이면 상병 달꺼지만 지금 정직하게 일병계급장 달고 있는데 쫄따구인 니가 말가리지만 상병 계급장 달고 있으니까 너한테 상병님 상병님 하면서 경례해야 갔어?"

"잘못했습니다. 제 총 좀 주세요! 제발요 이병장님"

"총? 아하 아까 M16 총 하나 주워서 본부로 총기습득보고 하고 같이 보냈는데 그거 니꺼 였어?"

절대 그럴 수는 없다는 간절한 바램을 담은 절절한 우는 목소리로 "제발요 제 총 좀 주세요~ 이병장님~"

나는 얘를 괴롭혀서 뭐하나 싶어서 총을 돌려줬다. 지들끼리 몰래 전달하겠지. "군단 통신벙커 보초가면 조심해, 거기 보안대 병장이 똘..."

나중에 그 헌병 쫄병은 나만 보면 경례한다. 나도 잠시나마 너무 큰 심적인 고통을 주어 괴롭힌 게 미안해서 녀석에게 먹을 것도 주고 이야기도 나누고 했다. (군대에서 총기 분실은 생각도 하기 싫은 큰 재앙이다. 전시에는 사형이라고 배운다.)

 

T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