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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ries

군대이야기 - 1군단사령부 (3)

고부운 2013. 9. 30. 07:30

특수보안대의 망신

군단사령부에는 여러 타부대 병력들이 들어와 있었다. 공군, 국방부 파견대... (생략). 이 국방부 파견대는 적정탐... 생략... 그들의 근무지는 군단 통신벙커 외곽으로 문이 나있었는데 '특수보안' 이라는 문패만 하나 달랑 걸려 있었다.

어느 날 보안반에 군단에 들어와 있는 타부대 병력 현황을 파악 보고하라는 연례행사 업무가 주어졌다. 보안반의 김하사가 직접 다니면서 파악하겠다고 돌아 다녔다. 김 하사는 장기하사였는데 사람이 아주 온순하고 착했다. 결혼도 했던 것으로 기억난다.

김하사가 타부대 병력을 파악하고 다니던 과정에서 '특수보안' 문을 두드렸다. 어떤 장교머리의 츄리닝 입은 친구가 문을 열고 나와서는 여기 누구 몇 명이 근무하냐고 묻는 김하사를 아래 위로 훌터보더니 "몰라! 가. 여기 특수보안대야, 안보여?" 하고 문을 닫고 들어가버렸다. 그날 따라 김하사는 새 군복에 샛노란 새 계급장을 달고 있었는데 군단 본부대 하사쯤으로 만만히 본것이었다. 다시 문을 두드리니까 안에서 욕을 하면서 꺼지라고 소리 질렀다. 김하사는 보안반으로 돌아와서 이 얘기를 했고 모 상사는 김병장에게 그 녀석 손 좀 보라는 뜻으로 이야기 했다. 그들이 뭐하는 병력이고 몇 명이 어떤 구성으로 있는지 정도는 알고 있는데... 제대가 얼마 남지 않은 병장 녀석이 그런 엄청난 우를 범했던 것이다. 평소에 비취1급 자존심에 보안반에 와서 알랑거리지도 않고 뻣뻣하게 굴더니 사고쳤다.

그 주 토요일 김병장은 나에게 보안반 사무실에 와달라고 했고 방위들도 퇴근을 안시키고 그 특수보안 문 근처에서 망을 보게했다. 문제적 특수보안 사병 포함 두, 셋이서 외박을 나가는 도중에 보안반 앞으로 지나가는데 김병장이 불렀다. "어이, X병장, 잠깐 봅시다" 누군지 얼굴 정도는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문제의 인물이 보안반에 들어서고 나서 방위들이 나머지 인원은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아섰다. 여기까지 확인한 모상사와 김하사는 사무실을 나갔다.

김병장이 다짜고짜 반말로 "니가 우리 김하사님 한테 욕을 .... .... ... " 추궁하기 시작했다. 말이 점점 거칠어지더니 운전병과 함께 패기 시작했다. "뭐 특수보안대? 누가 그래 니들이 특수보안이라고... *()&(*&&*@". 당시에 공병대에서 물푸레나무로 만든 진압봉이라는 물건이 있었다. 경찰, 헌병이 쓰는 곤봉의 2배 길이가 넘는 몽둥이었는데 김병장과 운전병은 이것을 들고 마구 패버렸다. 보고있는 내가 몸서리가 쳐졌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특수보안' 쫄따구는 맞는소리와 비명소리가 나자 새파랗게 질려서 자기네 사무실로 뛰어갔다. 얼마 후 모소령이 헐래벌떡 보안반 사무실로 뛰어들어왔다. 이들의 파견대장이었다. "김병장 왜이래? 말로해 말로.." 김병장은 "이런 새ㄲ는 더맞아야 해요" 하면서 그 소령이 보는 앞에서 더 팼다.

아 모소령 모양새가 말이 아니다. 자기네 병사가 보안반에 끌려들어가서 맞고있다는 연락을 받고 사무실로가서 45구경권총까지 차고온 모양인데 자기네 병사는 바닥에 널부러져 있고 보안대 병장녀석에게 씨알도 안 먹힌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소령씩이나 되가지고, 나 같으면 권총 뽑아서 들이댔겠다.' 약간의 밀고 당기고 살살 빌고 끝에 결국은 문제의 사병을 풀어줬는데 업혀서 나갔다. 외박은 커녕 당장 입원 해야할 처지가 되었다. 이 일이 있고 나서 '특수보안' 문패를 바꿨다나 뭐라나.

 

사람 못알아보고 입 한번 잘못 놀린 죄로 엄청 맞았다. 후환, 복수? 그냥 아무일 없었던거다. 맞은 ㄴ만 억울하다.


T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