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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이야기 - 1군단사령부 (5)

고부운 2013. 10. 26. 13:56

어느 보안하사관 이야기

군단사령부 안에 있는 군사우체국에 정기적으로 우편검열하러 오는 보안하사관 모 하사가 있었다. 오면 보안반에 들리고는 했는데 내가 있으면 같이 사무실 밖에 나가서 담배 피우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는 했다. 사람이 똘방똘방해 보이는 그는 제대신청을 해도 제대도 안되고 해서 최후의 수단으로 보안교육대에서 받는 보수교육과정에서의 시험에 백지를 내고 돌아온터였다. 그의 아버지는 목포인지 군산인지에서 무슨 사업을 했는데 밀수도 했더란다. 밀수가 본업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그의 아버지에게 정기적으로 사복바지에 넥타이 매고 장교점퍼를 입은 사람들이 검은 짚차를 타고 찾아 와서는 돈을 받아가는데 자기 아버지는 돈을 주면서도 그저 굽신 굽신. 고등학생이었던 그의 눈에 그 장교점퍼들이 굉장히 멋있어 보였단다. 검은 썬글라스에 총까지 차고 다니고. 그들의 정체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이리저리 물어보니 기관원들이라는데 보안대였더란다. 원하는 정보를 찾기 쉽지 않던 그 시절 기어히 찾아낸 매년 한번씩 실시하는 보안하사관 시험. 결국 그는 그 시험을 통해서 보안하사관이 되었다. 시작이 불량한 그는 서울 506에서도 근무하고 전방쪽에서도 근무했었는데 그의 무용담은 ... ... 한약방 밀수품 녹용 빼뚤기, ㄱㄹ빼다 팔아먹기, 서울 큰업소들 삥뜯기... 등등등 다 08 친얘기다. 조금 재미도 있고 조금 기발한 면도 있는 그 내용을 쓸 수가 없다. 누워서 침뱉기다. 당시 보안부대에서는 공갈치는것을 공팔(08)친다고 표현했다. 보안주특기 번호가 08인데서 유래했단다.


파출소습격사건

어느날 군단사령부에 들어온 군단보안부대 모 중사가 나를 찾았다. 내가 얼굴은 대충만 아는 그 중사는 나를 보더니 보안반 사무실 밖으로 나가서 담배 피우자고 했다. 같이 담배불을 붙힌 후 그는 히쭉 웃으면서 내게 말했다. "니들 대단해!", "네? 뭐가...", "니네들이 얼마 전에 고양파출소 들 뿌셔놨잖아?", "..." 대공쪽이었는지 정보쪽이었는지 그 중사는 정기적으로 군청 경찰서 파출소등을 방문 정보 수집을 담당하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고양파출소에도 들렀던 게다. "하사도 한명 있었다며? 걘 누구야?", 사고뭉치 김병ㅊ하사 그 쉐리. "515본부에 있는데 걔 형이 사령부 감찰실 김모모소령이에요." 얼른 쉴드 치기. "파출소 순경들이 통사정을 하더라. 다만 파출소 기물파손된것만 변상해달라고. 그 사람들 박봉에 불쌍한 사람들이야. 이병장이 책임지고 모아서 변상해줘라", "알겠습니다." 

그 몇일 전 주말에 서울에서 사령부에 근무하는 동기랑 김하사랑 셋이서 내가 있는 곳으로 놀러왔다. 같이 고양시내 어느 술집에서 술을 마시다가 옆자리 동네 불량배들과 시비가 붙었다. 다혈질인 김하사 이친구는 이런 경우 발끈해서 날뛴다. 시비 끝에 경찰들이 왔는데 파출소에 가서 시시비비를 가리자고해서 다들 몰려 갔다. 파출소에서 경찰들은 편파적으로 동네 불량배 편을 들어주었다. 그러자 갑자기 흥분한 김하사 이녀석이 "아니 이 것들이 우리가 누군줄 알고... 보안대야 보안대! 보안사령부!"하고 소리치면서 의자를 번쩍 들어서는 창문에 던져버렸다. 와장창 소리가 나면서부터 아수라장이 되었다. 나머지 두 녀석도 그 흥분이 전염되어서는 같이 들러 엎기 시작했다. 캐비넷을 쓰러트리고 책상을 뒤엎었다. 나는 아 참 나는 이런 식으로 술먹는스타일이 아닌데!! 에라 모르겠다 나도 흥분해서 파출소 유리문을 깨버렸다. 신기한 것은 그렇게 유들유들하던 경찰은 보안대 소리가 나오자 기가 팍 죽어버렸다. 사납게 덤비던 동네불량배들도 도망가 버렸다. '에그머니나 보안대란다 삼청교육대 갈라 ㅌㄲㄹ' 했겠지. 내가 연락해서 돈을 모아 고양파출소에 찾아가서 기물파손된거 복구비를 물어주고 조용히 끝냈다. 반장한테는 들키지 않았다. 이렇게 조용히 넘어가서 나중에 더 큰 사고를 치게된다.

군단보안부대 선임하사 아구통

파출소 사고 처리 얼마 후 어느날 저녁 서울에서 몇 명이 찾아왔다. 이번 조합에도 예의 그 천방지축 김병ㅊ하사가 껴있었다. 같이 술을 마시고 자리가 파해서 나는 부대로 들어와버렸다. 그 다음날 아침 반장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이병장, 너 어제 밖에 나갔었지?" "..." "지금 당장 튀어들어와!"

김하사 이녀석이 서울로 안 돌아가고 혼자 다른 술집에 가서 한잔을 더하다가 옆사람과 시비가 붙었다. 시비가 붙자 (추측컨대) 김하사는 보안대 운운하면서 겁을 줬고 누군가가 1군단 보안부대로 연락해서 아니면 마침 부대 당직을 서고 있던 운용과 모상사에게 직접 연락해서 도움을 청했던지 아무튼 군단보안부대에 연락이 되었다. 개인적인 연줄이 있었던 것 같다. 운용과 모상사는 머리가 반백에 조금있으면 준위를 달을 왕고참 상사였는데 짚차를 달려 차로 겨우 2,3분 거리인 문제의 술집에 들어서서는 김하사를 불러 세웠다. "자네 어디 근무하는 누구야?" 김하사는 불량스럽게 "나 보안대 김모하사요" 했고 모상사는 그런 김하사가 보안부대 하사 쫄따구라고 하자 그 불량스러움에 노해서 김하사의 빰을 갈겼다. 김하사는 빰을 맞자 뺑 돌아서는 바로 모 상사의 아구통을 날려버렸다. 이녀석 주먹이 쌔다. 상사는 나가 떨어졌고 운전병이 부대로 무전을 쳤고 군단보안부대에 비상이 걸려서는 5분대기조가 출동했다. 김하사는 간첩마냥 체포돼서 군단보안부대 취조실로 끌려들어 갔다.

통신보안반에 들어가자 반장이 내게 물었다. "어제 너 도망가서 김병ㅊ이란 같이 있었지.?" ,"...", "걔 임마 사고 치고 밤새 죽도록 맞아서 곧 숨 넘어가게 생겼어! 너 어쩔래?", "... 저를 찾아 왔길래 같이 저녁 먹고 저는 부대로 일찍 들어갔는데요.", "여러 말 필요 없고 너 완전군장으로 부대 50바퀴 돌아!" 군단보안부대는 크진 않았지만 언덕 기슭에 위치해서 상하고저가 있기에 완전군장 50바퀴면 쉽지 않은 징벌이었다. 통신보안반 서무병의 총과 군장을 빌려서 완전군장을 꾸리는데 배낭 안에는 휴지로 채웠다. 직접해보니 이게 큰 징벌은 되지못했다. 당시 내 몸이 가벼웠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반장은 무단외출한 게 공개적으로 알려진 또 왕고참상사 아구통사건에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연루가 되어있는 나를 이렇게 처벌한다하고 보여주기를 하는 거였다. 김하사는 그날 창동병원으로 후송되었고 한달인가 후에야 퇴원해서 부대에 복귀했다. 아무일 없었던 거다.

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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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사는 제대 몇년후 예비군 동원훈련에서야 다시 만났다.(보안사 출신은 예비군 동원 훈련도 따로 모여서 받았다.) 제대 후 개인택시를 받아서 운전한다고 했다. 이리저리 통통 튀는 사고뭉치 기질은 여전했었다. 예비군 동원훈련 가면 보고싶지 않았던 515고참들도 다시 보고... 반가운 동기들도 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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