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흐르고

군대이야기 - 1군단사령부 (1) 본문

Memories

군대이야기 - 1군단사령부 (1)

고부운 2013. 9. 27. 09:21

2기갑에서 한달 여를 잘 놀다가 느닷없이 1군단사령부 영내에서 근무하는 통신보안조에 배치됐다. 이때쯤에는 병장으로 진급해 있었다. 1군단조는 안모하사가 조장을 하고 있었고 이국ㅎ일병, 그 아래 신병 하나가 있었다. 안모하사는 나보다 어리고 군대생활도 짧았다. 서로 불가원 불가근 했는데 얼마 있다가 전출 가고 내가 조장을 했다.

군단 내에 있는 보안반에는 이모소령, 상사, 하사, 서무병 김병장, 운전병, 방위 들과 ASP 1명이 있었다.

크진 않지만 단단한 체구의 보안반장은 육사 출신이었는데 다른 보안반장들과는 달리 보안대 티를 전혀 안냈다. 언젠가 당시 1군단 참모인 정순덕대령(하나회, 후에 민정당 사무총장)과 같이 이야기를 하는데 보니까 부동자세를 취하고 군대식으로 말하고 대답하는 등 깍듯이 상전으로 대하는 모습을 보았다. 육사답다. 이대 나온 와이프를 뒀다고 했다.

보안반 김모병장과는 군번도 비슷하고 나이도 같고 해서 자주 어울렸다. 외박을 같이 맞춰어 나가서 밖에서 같이 어울리기도 하고 중곡동에 있는 그 친구 집에 놀러가기도 했다.

ASP는 아스피린이라는 호칭으로 부르기도 하고 그랬는데 강제입대(?) 데모주동 학생(학변자)들을 말했다. 그 들을 해당 보안대에서 책임지고 관리하였다. 이른바 녹화사업의 일환이었다. 다른데는 모르겠고 101군단보안반에서는 이 ASP를 잘 대해줬다. 아예 보안반 내무반에서 같이 생활하면서 외박도 꼬박 꼬박 내보내 주고 헌병대 단속 등에 걸리면 바로 빼주는 등 편리를 많이 봐주었다.

군단에서 근무할 때는 515본부 때와는 달리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자잘한 사고도 많이치고.다음 일들은 시간순이 아니고 기억나는대로다.

위병소 하사

1군단에 들어온지 몇 일 안되었을 때였다. 저녁에 후문으로 처음 나가는데 위병소에 앉아 있던 하사가 "어이"하고 부른다. 그 하사가 초소에서 나와서 나에게 다가왔다. "누군데..." 한다. 명찰을 봤다. 얼마 전 쫄병을 심하게 패서 의무대 신세를 지게 만든 모 하사였다. 밖에 나갔다 온다니까 졸병 이국ㅎ이 알려준 얘기다. 이국ㅎ은 신병때부타 군단에서 근무해서 일병 왕고참이 되었는데 군단 내부에 대해서 빠삭했다. 또 보안대는 문제화 되지 않은 이런 소소한것 까지도 다알고 있다. 내가 거꾸로 다가 가면서 "나? 보안대 새로 온 이병장인데 뭐?" 했다. '애를 때려서 입원시켜? 나쁜놈 시키' 여차하면 한 대 후려갈길 요량이었다 . 내가 다가가니 이 하사 녀석이 기세에 눌려서 주춤 주춤 뒷걸음 쳤다. 이미 깨갱하고 꼬리 말은 녀석을 어쩌랴. 눈 한번 치켜뜨고는 그냥 돌아서 부대 밖으로 나가 버렸다. 진짜 조금만 말이 얽히면 한대 때려줄 생각이었다. 사실 나는 그 때 까지도 군대에서 누구를 때려본 적이 없었다.

을지포커스 훈련

아직 안하사가 1군단에 같이 있을 때였던것 같다. 을지포커스인지 프리덤가드인지 한미연합 훈련이 있었는데 그 훈련의 일환으로 쫄병 한명 데리고 의정부의 한미연합사 / 캠프 레드클라우드에 가 있으란다. 반장과 같이 장비를 차에 싣고 캠프 레드클라우드에 갔다. 통신시설이 있는 내부가 약 4미터 4미터 정도되는 건물에 들어가서 장비를 설치하고 야전 침대까지 놓았다. 반장은 대충의 근무 목표를 얘기 해주고 다시 영내에 있는 민간 한국식당에 가서 우리를 소개해주고는 앞으로 훈련 기간동안 이 식당에서 하루 세끼 식사하라고 하고는 가버렸다. 왠떡이냐 싶었다. 딱 보면 안다. 반장은 이 작전/업무에 전혀 관심이 없다. 뚜렷한 업무 목표도 없다. 휴가 받은거나 다름없다. 밥은 군대밥이 아닌 골라먹는 사제밥 먹어가며 일주일 동안 잘 놀았다.

저녁마다 하사관 클럽에 가서 맥주마시고 포켓볼을 쳐보고 음악 듣고 했다. (한국군 병장은 하사관으로 쳐줘서 하사관 클럽에 들어갈 수 있었다.) 미군들은 훈련기간이라는데도 일과 끝나면 일상이 같았다. 옥외 파라솔 의자에 앉아 음료수를 마시고 있는데 옆 길로 대장차가 지나가도 본 척도 안했다.

하사관 클럽에서 혼자 포켓볼을 쳐보고 있는데 꼭 윌리엄 홀덴같이 생긴 친구가 같이 치자고 했다. 사실 나는 4구만 쳐봤지 포켓볼을 처음 처보는 것이었는데 이 친구가 옆에서 보니 내가 구멍에 넣는 초식이 대단히 이상했던 모양이다. 같이 치면서 맥주도 얻어마셨다.

시간만 나면 캠프 레드클라우드 영내를 어슬렁 어슬렁 돌아다녔다. 골프코스도 있고 여러가지 복지 시설이 있었는데 그 중에 Craft Room(공작실)이 제일 부러웠다. 없는게 없다. 조그만 요트도 만들수 있을것 같았다.

하루는 왠 미군 여군을 지나쳤는데 이 여군이 나를 불러세웠다. 아담한 키에 아주 이쁘게 생긴 흑인 여군 중위였다. 뭐라 뭐라 하는데 경례를 왜 안하냐는 듯 했다. 못 알아듣는 척 무시하려다가 순간 미군 헌병이 쫒아오는 사태까지 상상이 되어 실 웃으면서 경례했다. 한국군 헌병은 안무서운데 미군 헌병하고 문제가 생기면 일단 끌려가는 수 밖에 없잖나.

 

T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