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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칼

고부운 2013. 8. 25. 16:58

작년에 고등어초절임(시메사바)을 직접 만들려다 포기했다. 포기한 이유가 칼이었다. 깨끗하게 고등어살을 떠내려면(오로시) 일식요리사가 쓰는 오로시 전용 데바까지는 아니더라도 잘드는 식도라도 있어야 했다. 집에는 쌍둥이가 아닌 외둥이 행켈 식도가 한자루 있는데 잘안든다. 쌍둥이칼의 품위가 없는 외둥이 행켈은 중국산 이다. 8인치 쉐프칼(Chef's Knife)인데 손잡이부터 성의 없이 찍어 만든 고무그립에 날이 잘안든다. 칼가는 방법대로 갈아도 종이자르기 같은 성능은 커녕 시원찮은 그나마 세운 날도 금방 죽는다. 아 역쉬 싼칼이라 엉망이구나 했다. (초벌 연마용도 안될거 같은 잡 숫돌로 갈았으니 그럴 밖에)

이 참에 괜찮은 칼 한자루 장만하자 싶어서 생각한 칼이 행캘이 자존심 접고 일본업체를 사들여서 만들어 내는 미야비 칼이었다. 그 중에서도 Miyabi Birchwood SG2 5000MCD Chef's knife 8inch. 다마스커스 공법으로 달군 쇠를 수십번을 접어 두드려서 만든 101겹의 정말 아름다운 칼이다. 가격은 미국 아마존에서 270불쯤 한다. 문제는 한국에서는 안판다. 

일본 슌(Shun)의 녹안나는 고급 스텐리스의 일종인 VG10을 32겹 다마스커스 공법으로 만든 8인치 주방식도의 한국 내 시중 가격이 약 27만원이다. 미야비 5000MCD 밑에 등급으로 65겹 다마스커스칼인 미야비 카이젠(Kaizen) 8인치 쉐프칼이 아마존에서 170불한다. 슌보다더 나은듯 보이는데 세일 때 싸게사면 70~99불에도 산단다. 또 굳이 따지자면 32겹 대 64겹 101겹의 겹수 차이는 차치하고라도 미야비는 칼날이 슌의 VG10 보다는 한 단계 높은 SG2 다. 꿩 대신 닭인 슌을 거금 27마넌이나 주고 사고픈 마음이 안들었다. 그래서 포기했다. 아는게 병이다.

이번 겨울에는 꼭 시메사바를 만들 욕심에 미리 칼을 알아보는데 결국에는 마음 속에서 미야비 5000MCD을 못 지운다. 역시 미야비를 두고 슌으로 간다는게 용납이 안된다. 나는 이런 사소한 차이를 못 견뎌할 때가 많다.결국에는 5000MCD로 정했고 한국에선 안파니 미국 구매대행을 알아봤다. 50만원대다. 그나마 원하는 8인치는 없고 9인치는 거의 60마넌, 7인치 산도쿠(일본식도 스타일)는 50마넌. 김 팍 샌다. 30만원대면 어떻게든 해보려고 했는데... 이렇게 눈탱이 맞을 수야 없지.

부족한 능력을 눈탱이는 맞지 않는 지혜로움이라고 포장해서 덮었다. 해외배송에 원화결제까지 해주는 Sears로 들어가보니까 70만원대다. cutleryandmore.com에 직접 주문해 보는데 Paypal결제에 해외배송 얘긴 전혀 없고 무료배송이란다. 이런 경우 100에 99는 해외배송 안해준다. 된다해도 담당자랑 통화하고 네고해서 새로 견적을 받아야 한다. 이때 Special Handling Charge까지 얹어지는 경우가 많다. 시망결국은 미국 사는 누나에게 부탁했다. 눈물나게도 선물로 보내준단다.(OTL) 그럴려고 했던거는 아닌데. TYIA다.
5000MCD는 어떤 칼인지는 별도로 ... 사진에서 제일 아래 있는 넘이다. 더 큰 9인치짜리는 사진에서 빠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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