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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shing

무늬오징어 낚시 - 첫 도전에 킬로급 무늬오징어

고부운 2021. 6. 7. 21:12

2020년 9월 서울에서 통영으로 이사 왔다. 정해놓고 하는 일이 없으니 심심하다. 사진을 다시 열심히 해볼까? 등산, 자전거를 다시? 새롭게 여흥 삼아 할 일을 찾던 와중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 낚시다. 유튜브며 인터넷 자료 및 책을 찾아보며 조금씩 연구해 들어갔고, 예기치 않은 코로나 자가격리 2주를 낚시 고수와 같이하며 주야장천 이어진 이바구 중 중요한 일 부분인 낚시 이야기에 낚시가 내 남은 생의 한동안을 장식할 중요한 업이 되었다. 제 일 목표로 무늬오징어, 그 다음은 볼락, 갑오징어 등이었다. 한마디로 생활낚시.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지렁이 등의 미끼를 만지지 않는 루어낚시로 정했다.

이런저런 필요 장비를 사들이면서 조행을 시작한게 2021년 초인데 전기한 낚시 고수가 한 차례 바다낚시 장비를 몰아주면서 낚싯대 3대 릴 3개에 몇 몇 소소한 낚시 소품이 전부였던 낚시 장비가 무척이나 풍성해졌다. 이에 구매의욕이 격발 되었고 또 추가로 받은 장비들로 순식간에 낚시대 10개 릴 9개에 구명조끼 2개, 갯바위 신발, 태클박스 쏠채 밑밥통 등등을 갖춘 장비 부자가 되었다.

문제는 그러한 장비의 급격한 증가가 첫 조과와 스스로를 만족 시키는 조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데 있다. 슬프게도 11시간 척포 방파제 데뷔전을 비롯해서 여섯 번인가의 조행에서 전부 꽝을 쳤다. 나의 연속되는 꽝을 멈춰주기 위해 두 번씩이나 통영을 찾아준 예의 낚시고수의 도움도 별무 소용이라, 아 영등철인가? 일본에서 지진 났나?

이러한 꽝의 연속을 몹시도 안타깝게 여긴 낚시고수는 1박3일 추자도행 돌돔 낚시버스에 사촌동생과 같이 동승하자 했다. 꽝조사 탈출의 유혹에 넘어가서 통영-서울-해남-추자도-해남-서울-통영으로 이어지는 약 1,500 Km가 넘는 초장거리 조행을 감행했지만 역시 꽝. 비록 손바닥 길이를 약간 넘는 우럭 한 마리를 잡으면서 작은 손맛을 보았고 이것을 가지고 꽝조사를 면했노라 뻥을 치기는 했으나 대상어 돌돔이 아니고 손님 고기도 아닌 우럭이라니! 내 마음속에서 나는 여전히 꽝조사였다. (젠장 낚시 천국, 낚시인의 꿈의 섬, 믿음의 땅이라는 추자도에서 이게 뭐냐?) 내 인생에 이런 연속 실패의 좌절이 올 줄이야! 마음대로 되지 않아 오는 좌절감이 골프보다 더하다. 머리를 굴리고 마음을 써도 꽝 꽝 꽝!

그나마 추자도 갯바위에서 고수가 잡은 돌돔의 즉석회와 해남으로 돌아오는 배에서 낚시꾼들이 차린 볼락회와 쥐치회가 작은 위안을 주었다. 이제까지 먹어본 대부분의 생선회를 물 먹은 두루마리 휴지심, 골판지쯤으로 만들어 버렸다. 입맛 버렸다.

추자도에서까지 꽝을 치고 돌아오는 길, 서울에 잠시 머무르던 나에게 낚시고수는 다시 통영 무늬오징어 낚시를 제안했다. 나는 무임승차 귀가라는 경제적 개이득에 편안함까지 제공하는 고급 외제차 탑승 귀가 낚시 제안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기어이 내게 낚시 뽕을 맞히겠다는 고수의 음모 냄새가 스멀스멜.)

무늬오징어 출조

통영 무늬오징어 낚시 계획은 21.5.28 금요일에 낚시 고수가 근무 마친 후 서울-통영 자가운전, 토요일 새벽 5시에 삼덕항에서 무늬오징어 낚싯배를 타는 거였다. 틀어지라고 있는 게 계획이라, 고수는 전날 밤의 수면불량, 서울-통영 간 장거리 독박 운전에 따른 피로 누적으로 컨디션 난조에 떡실신해버렸다. 부득이하게 다음 날 새벽 낚시 출조에 노쇼할 수밖에 없는 사고가 났다. 선장에게 양해를 구했다. 몸이 안 따르는데 … 몸이 시키는 대로 해야지 어쩌겠나.

10시쯤인가에 고수가 죽음 같은 잠에서 깨어났다. 몸이 받쳐주는 한 절대 낚시를 쉴 수 없는 고수, 같이 무늬오징어 낚시 장비를 챙겨서 집 근처 풍화리 도보권 포인트들을 탐사하기 위해서 길을 나섰다. 오전 11시, 풍화리 어느 항 석축에서 낚시를 시도했으나 초짜인 내가 생각해도 햇빛이 쨍쨍한 대낮 항구에서 도저히 무늬오징어가 잡힐 것 같지 않았다. 낚시 고수가 슬그머니 사라졌다 돌아오더니 선외기 타러 가자고 했다.

선외기 가이드 배가 데려다준 무늬 포인트, 산란 무늬오징어가 다니는 길목이어서 대물이 나는 포인트라고 했다. 한 시간 여 낚싯대를 흔들어 봤으나 별 무소득, 가이드 배가 다시 와서 2차 포인트로 안내해 줬다. 여기서도 무소득! 고수가 첫 번째 포인트가 더 나아 보인다고 해서 되돌아갔다. (역시 고수는 고수다.) 고수의 친절한 에기 캐스팅, 액션 법에 대한 지도편달 하에 낚시를 계속하며 바닷속 해초를 조금씩 뜯어 들이는데 고수가 이제야 바닥을 제대로 찍는다고 칭찬해줬다. 사실은 바닥을 찍으라는데 내 성격이 급해서 한 열까지 세고는 바닥이고 뭐고 그냥 액션을 준다.그것도 내맘대로 폴링 & 리트리브를 반복하는 볼락 조법으로 . ㅎㅎㅎ

한참을 이리저리 캐스팅, 기다리고, 액션 하고, 기다리고 … 감아들이기를 반복하던 중에 갑자기 뭔가 묵직한 느낌이 들었다. 놀란 마음에 릴을 마구 감아들이는데 갑자기 툭 아니 뚜둑하고 강하게 반발한다, 릴 핸들이 안움직인다. 심지어 릴풋과 낚시대의 릴시트까지 뒤틀리는게 보인다. 작은 2000번 릴을 단게 문제다 싶었다.('우 쒸, 좋은거 하나 사야지!!!') 릴링이 안돼서 잠시 당황했다. 조금 기다렸다가 억지로 릴을 감아들이는 내내 묵직했다. 뭔지도 모르고 계속 감아들이는데 지켜보고 있던 고수가 “무늬야 형!” 하고 소리쳤다. 멀리서나마 무늬오징어의 형태를 확인한 내게서 “와아!” 하는 감탄성이 저절로 터져 나왔다. 나의 인생 첫 조과이자 제일로 소원했던 무늬오징어였다. 들고 기념사진 찍을 때까지도 그 크기를 잘 몰랐다. 막연히 조금 큰가 보다 했는데 사진 찍은 후 자세히 보니 엄청 크다.(사진에 놀라서 어벙찐 표정이 그대로 찍혔다.) 이른바 킬로급 무늬오징어였다. 사고 제대로 쳤다.

[ 놀라서 벙찐 표정 ]

냉정하게 말하자면 그 불쌍한 킬로급 무늬오징어는 재수 없게도 엄청 재수 좋은 낚린이에게 우연히 걸려서는 무식하기 짝이 없는 무지막지한 릴링에 어처구니없이 끌려 나왔던 것이다. 뭘 모르는 낚린이가 직전에 수초에 걸린 에기를 빼느라고 릴 드랙을 잔뜩 조여 놓은채 다시 풀지 않아 놓고서는 그 큰 대물을 드랙 풀림 1도 없이 무지막지하게 강제집행했던 것인데 그렇게 하면 바늘에 걸린 오징어 살이 뜯어져 나가서 놓칠 위험이 상당했던 것이다. 완전 재수다 재수! 그 후 얼마간 캐스팅을 더했는데 목줄이 끊어져서 에기가 떨어져 나갔다. 목줄에도 흠집이 나있었어서 캐스팅에 끊어져 나간 것이었다. 여러모로 재수가 좋았다. 서울서 소식을 접한 사촌동생은 쌍따봉 축하를 전하며 "Beginner’s MOJO"라고 촌평했다.

나의 낚시, 그 시작은 시시하였으나 1.2Kg 무늬오징어 인생 첫 물고기는 만족을 넘어 그 간의 실망과 좌절을 다 덮고도 남는다. 이끌어준 낚시고수에 감사하고 밀어준 사촌동생에게 또한 감사하다. 낚시고수는 사촌매제다. 사촌복이 많다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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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는 사실 그 날 꽝을 쳤다. 나의 인생 첫 물고기를 진심으로 축하해주기도 했지만 동시에 무늬오징어 낚시에 남다른 투자와 노력을 해온 자기의 업력을 단박에 뛰어 넘는 나의 킬로급 조과에 통영 무늬오징어에 대한 복수심을 몰래 키웠다.

고수는 통영에 다시 왔는데 선상 에깅 몇 번만에 물경 1.7Kg짜리 대물을 낚아내어 고수의 자존심을 지켰다. 문제는 하필이면 그 날 같은 낚시배를 탄 사람 중 한 명이 2.2Kg 짜리를 잡아내어 장원을 먹었다. 인생이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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