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흐르고

낚시 입문 본문

Fishing

낚시 입문

고부운 2022. 12. 6. 14:31

낚시 입문기

2020년 9월, 무작정 서울에서 통영으로 이사했다. 통영 미륵도에서도 시계 끝자락 쯤의 아파트에 들었다.

그해 10월 쯤 집 앞 큰 낚시점에 들어가서 낚시를 시작하기 위한 기본적인 장비를 구한다 하니 응대하는 점원이 묻는다. 선호하는 장르가 뭐냐고. 생각해둔 바가 있어서 바로 대답했다. 루어낚시라고. 미끼 지렁이 등등을 만지기 싫고 밑밥 치는 것도 싫고 미끼며 밑밥이며 다 비용 아닌가. 철저히 투자대비 소득을 따지고 내 먹을 것만 잡겠다는 생활낚시를 목표로 했기 때문이다.

점원은 다시 루어낚시에서 어떤 대상어를 목표로 하는가 물었다. 일단 갑오징어 라고 하니 낚싯대와 릴 그리고 몇 가지 채비 및 낚시 소모품을  권해줬다. 

열거 하자면 

다이와 후에고 LT 3000번 릴
아부가르시아 에깅대 Salty Fighter 862ML
6합사 0.8호 원줄에 1.5호 쇼크리더
고추장 색동저고리 옥수수 에기 각 3개씩
생선집게, 합사가위 등의 도구에 3호추, 도래 등 소모품 

그것들을 집에 가지고 와서 인터넷, 유튜브를 보아가며 채비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것으로 끝이었다. 낚시를 가지 않았다. 

또 시간이 흘러 한 달 후 쯤인가 보니 낚시관련 유튜브를 보니 볼락 낚시 시즌이 온단다. 예전에 통영 어느 다찌집에서 너무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선명한 볼락. 생미끼도 쓰지만 루어낚시로도 가능하단다. 인터넷 사이트 및 유튜브를 뒤져서 낚시법을 연구하고는 다시 앞서의 낚시점을 찾았다. 사실 이 낚시점에 유감이 있었는데 전에 아부가르시아 에깅대를 살 때 새로운 버전이 이미 작년에 나와 있었는데 낚시 초보자인 나에게 그 이전의 재고 모델을 팔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바로 집 앞이라는 편리성과 낚시에 정통한 점원의 설명이라는 잇점 때문에 다시 찾아갔다. 내 이제는 속지 않으리. 추가로 구입한 장비는 다음과 같다.

워터맨 올드보이 볼락대 762RL
다이와 레브로스 LT 2000번 릴
4합사 0.4호 원줄, 쇼크리더는 1호
다이와 월하미인 지그헤드 2종
다이와 월하미인 웜 3가지
볼락 채비용 도래 등

그러고 또 낚시를 가지 않았다. 

낚시연습, 실수 연발

현장 채비

어느 초 겨울 날, 관상용으로 두고 보던 낚시 도구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인근 연명항 방파제에 낚시 연습하러 갔다. 갑오징어 및 볼락 낚시 캐스팅 연습을 하기 위해서 우선 봉돌만 다는 갑오징어 채비부터 시작했다. 낚싯대에 릴을 장착했고 원줄 연사에 도래를 이용해서 목줄(쇼크리더)를 체결했다. 원줄, 목줄 체결을 하고 봉돌을 달고 나서보니 전부 비어 있는 낚싯대 가이드가 눈에 들어 온다. 젠장. 도래의 원줄을 끊어서 가이드에 성공적으로 통과시켜서 다시 채비했다. 낚시대를 들고 릴을 조금 돌려보는데 낚시줄이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 어? 릴 베일을 제끼지 않고 가이드에 실을 꿴것이다. 한숨! 다시 도래에서 원줄을 자르고 가이드에 줄을 꿴 후 다시 연결했다.(스풀 분리해서 베일 제껴놓고 다시 달면 되는데 … ㅠㅠ) 채비하느라 연명항에 도착한지 한 두시간은 흐른거 같다.

첫 캐스팅

무사히 봉돌만 단 채비를 완성해서 주위 눈치를 봐가며 미리 공부한 캐스팅 요령에 따라서 바다를 향해서 첫 캐스팅을 했다. 첫 캐스팅? 뭔가 느낌이 이상하다. 핸들을 돌려 라인을 감아들이는데 아무런 무게감이 없다. 다 감아들이고 보니 봉돌이 없다. 무슨 일인가 어안이 벙벙. 갸우뚱 갸우뚱 잘 생각해 보니 봉돌 체결 매듭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았다. 다시 봉돌을 잘 묶었다. 불안스레 캐스팅을 해보니 봉돌이 감쪽 같이 사라지는 마술은 다시 일어나지 않았다. 문제는 딱총 비슷하게 봉돌이 자꾸 바로 앞에 떨어진다. 몇번 해보다가 옆에서 낚시하고 있는 젊은 친구에게 내 낚싯대로 캐스팅 시범 좀 보여달라고 부탁했다. 내가 캐스팅시에 낚시줄을 너무 늦게 놔준다며 기본적인 캐스팅 요령에 대한 설명과 함께 시범 캐스팅을 보여 줬다. 가르침에 따라서 캐스팅을 해보니 그나마 조금 멀리 간다. 더 캐스팅 해보는데 릴을 감는 느낌이 이상하다.  급기야는 릴이 전혀 안돌아갔다. 합사가 릴 뒷쪽을 무참하게 칭칭 감고 있었다. 원인도 모른다. 젠장 릴 불량인가?  릴도 뽑기 운인가? 불안감이 엄습했다. 풀어보려고 애쓰는데 불가능하다. 처음 도착했을 때의 의욕은 꺽이고 쉽지 않구나 하는 생각에 풀이 죽었다. 에깅대는 접고 볼락대를 잡았다. 

볼락대를 채비해서 방파제 내항 쪽으로 캐스팅 해 봤다. 그런대로 조금씩 진도가 나가는데  자꾸 연사가 릴 뒷쪽으로 감긴다. 살펴보니 연사가 늘어져 바람에 날려있는데 릴링을 하니 릴 뒷쪽에 감겨 드는 것이었다. 생각 없이 역으로 릴링도 했던거 같다. 세상 쓸데 없는 게 릴의  역회전/방지 레버다. 다시 연사가 릴 뒷쪽에 엉켜들어 엉망이 되었다. 엉킨 연사를 임시로 툭 툭 끊고 장비를 접어서 집으로 향했다. 

2차 시도

유튜브를 보고 볼락 낚시용 채비로 메바트로볼과 LED채비를 추가로 구매 했다. 릴에 엉킨 연사를 다 끊어내고 정비하여 다시 연명항에 갔다. 방파제에서 느릿느릿 볼락낚시용 LED던질찌 채비를 마치고 조금은 여유를 가지고 내항 쪽으로 캐스팅 했다. 바로 앞에 루어를 이리 저리 놀리는데 볼락은 전혀 없고 작은 복어가 미끼에 관심을 보이며 주변을 유영한다. 어? 인생 첫 물고기로 복어는 곤란하다 싶어서 피했다.  날도 어두워 졌고 어느 틈엔가 연사가 릴 뒷쪽에 엉켰다. 아무 소득 없이 낚시를 접었다. 꽝 꽝 연꽝.

시간은 또 흘러서 겨울에 접어들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호래기 낚시철이란다. 집 근처 루어 전문임을 표방하는 낚시점에 갔다. 호래기용 에기를 구한다 하니 점원이 추천한 에기는 일제였는데 만이천원이 넘는다. 한 개를 샀다. 어느 저녁에 집 근처 바다에 가서 볼락 채비와 호래기 채비를 해서 던져 봤다. 릴 뒤로 연사가 엉키지 않은 게 유일한 소득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호래기용 에기를 꼴랑 하나 사들고 호래기 회와 호래기 라면을 꿈꾸었던 야심찬 계획이 우습다.)

3차 시도

겨울이 깊어졌다. 감성돔용 흘림낚시 채비(1-530, 2-430대)와 볼락 루어낚시 채비를 준비해서 집에서 멀지 않은 척포에 갔다. 척포의 분위기와 무슨 낚시들을 하는지 사전 답사 해보고 준비한 것이었다. 

아, 초릿대!
척포에 도착해서 의자, 삼각대 등을 펴고 2호대를 꺼내어 채비를 하는데 초릿대가 매가리 없이 톡 부러졌다. 초릿대에 라인을 꿰고는 태클백을 찾으려고 고개 한번 돌렸을 뿐인데 초릿대가 뿌러진 것이다. 어이가 없다. 순간적으로 제품 불량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들었으나 확신이 없다. 1-530대로 다시 반유동 채비하고 외항 쪽으로 던졌는데 소식이 없다. 몇 번 던지면 채비가 꼬여서 낚싯줄이 엉킨다. 보다 못한 옆 조사가 캐스팅할 때 채비의 입수 직전에 살짝 줄을 잡아서 찌가 먼저 잡히고 추 바늘/미끼 쪽이 더 가도록 채비 정렬 시키라고 알려 줬다. 오후 4시쯤 가서 새벽 3시 쯤에 철수 했는데 입질 한번을 못 받았다. 원래는 새벽 5시 반인가의 버스 편에 철수 하려 했는데 옆 조사 철수 차편을 얻어 탔다. 내가 가져간 종량제쓰레기 봉투 매너에 호의를 베푼 것이었다.

가이드 세라믹링 이탈 
집에 와서 장비를 세척 하면서 보니 가이드의 세라믹링 두 개가 빠져 있었다. 이 가이드 세라믹링 이탈은 나중에 또 한 번 반복 되었는데 캐스팅 할때 루어 낚시하듯한 과도한 캐스팅과 그리고 줄이 엉켰을 때 줄 아깝다고 엉킨부분만 잘라내고 이어 매서 쓴 결과다.


여러 번의 낚시 시도는 실수와 꽝의 연속이었다. 낚시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혹시 나는 바보인데 죽기살기로 열심히 바보가 아닌척 세상을 속이면서 살아왔던 것 아닐까?하는 의심이 들었다. 내 자신이 너무 한심했다. 먼데 사는 낚시하는 친구에게 전화로 내 사정을 이야기 하니 유튜브 같은 거 보고 혼자 그렇게 하면 짧아야 1년 길면 3년 동안 시행착오(라고 쓰고 꽝이라고 읽는다)를 계속하게 될거라고 했다. 뭐, 최소 1년? 왓더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