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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 B

양미리 조림

고부운 2014. 12. 28. 13:14

양미리 조림, 어릴적에 겨울이면 도루묵 조림과 함께 꼭 한 번씩이라도 밥상에 올라오던 계절 반찬이었다. 그때는 그리 좋아하지 않았었는데 아마도 뼈째 내장째 씹어 먹어야 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웠던 것 같다. 오늘 날씨도 꾸릿 꾸릿하니 막걸리 생각에 안주로 만들었다.

몇 일전 둘마트 갔을때 눈에 뜨이던 양미리를 한 줄 사다 놓았었고 그에 맞춰서 집 근처 라티 수퍼에서 제주 무우를 사다 놓았었다. 요즘의 양미리는 예전 같이 꾸덕 꾸덕 말려서 나오지 않는다. 물컹물컹한 양미리를 이틀인가 베란다에 걸어서 말렸다. 줄채로 걸어 놓으니 넓은 끈에 걸려 있던 배부분은 거의 안 말랐다. 다음 번에는 풀어서 채반에 말려야 겠다.

조림장은 고추장 고춧가루 간장 멸치액젓 미림 물엿 넣고 비벼서 다진마늘 다진파 왕창 섞어서 참기름 몇 방울 넣거나 말거나 한다. 참 생강가루도 조금 넣었다. 이렇게 만든 조림장을 숙성 시켜서 쓰면 더 좋다는데 일대일 비교를 해보지 못한 관계로 확인할 수가 없다. 즉석 조림장이래도 발효 숙성된 멸치액젓을 넣었으니 숙성 비스무리한 맛을 낼지도 모르겠다. 헛소리다.
양미리는 씻어서 머리와 꼬리를 잘라내고 두 토막 씩으로 잘랐다. 세 토막을 내도 되나 안주로 먹기에는 약간 부족한듯해서다. 먼저 궁중팬에 무우 편과 크게 썰은 양파를 볶다가 양미리와 조림장을 더하고 자작자작하도록 물 한두 컵을 붓고는 푹 조렸다.
내가 만들고도 그 맛에 감탄 했다. 자뻑이다. 알이 잘든 양미리도 맛있지만 특히 간이 배어든 무우는 고급 일식집에서 나오는 생선조림에 든 무우 이상이다. 즐거운 마음으로 막걸리 한 잔하려는데 ㅈㅈ 집에 막걸리가 없다. 사러나가기 귀찮아서 일본 사케로 대신했는데 궁합이 별로다.

 

라티 수퍼에서 파는 제주 무우. 중소짜 한개 이천원, 일반 무우보다 몇 백원 비싼데 맛 차이가 크다. 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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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스무살까지 먹던 음식은 바꿀 수 없는 평생을 가는 식성이 된다고 했다. 인도 공항 출국장에서 흔히 보이는 풍경 중 하나가 미국행 인도 승객들이 산더미 같은 짐을 나르는 장면이다. 다 인도식재료다. 한국에서 인도로 귀국하는 나도 마찬가지였다. 기본적인 식료품은 물론이고 애들 과자까지 바리바리 싸들고 다녔다.


음식은 향수다. 잊었었거나 잠시 묻혀 있었던 기억 혹은 추억을 불러 일으키는 효과적인 방아쇠 임에 틀림없다. 어머님이 만들어 주시던 그 반찬을 먹으니 보고 싶어지는 게 인지상정이겠다. 몇 년전까지만 해도 어머님이 해주시던 봄동 겉절이, 데친 두룹으로 시작해서 겨울 생태찌개, 도루묵, 양미리 조림까지 주욱 이어지는 제철 반찬, 음식들이 파노라마처럼 머리속에 떠올랐었는데 이제는 점점 그 기억도 희미해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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