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흐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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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e passes

가을

고부운 2014. 10. 5. 22:01
아열대화 된다하여 여름이 게으르게 갈 줄 알았는데 찬바람 한번 획 불더니 이제는 아침저녁으로 한기가 느껴진다. 가을이 온 모양이다.

혼자 여행을 떠나고프다. 객창감(客窓感)에 젖어본지도 너무 오래되어서 과연 그런게 있는 것인지 아사무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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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다닐때 출장을 많이도 다녔더랬다. 어떤 해에는 반 이상을 해외 출장으로 보낸 경우도 있었다. 여럿이 보다는 혼자 출장다닌 적이 더 많았던 것 같다. 혼자 지구를 한바퀴 돈적도 2, 3번 되는것 같다.

출장은 보통 일주일 혹은 열흘 길면 이주, 또 아예 한달씩 두달씩해서 총 일곱달을 인도에 머무르기도 했었는데 거기서 다시 해외출장을 갔다가 도로 인도로 돌아가기도 했었다. 그러다가 물만 마셔도 설사하고 창자가 찢어지는듯 아픈 인도 특유의 풍토병(세균성 혹은 아메바성 이질)에 걸려서 거의 죽다 살아난 적도 있었다. 엉금 엉금 기어다니면서 일을 봤었다. 그렇게 고통스러웠어도 인도 병원에 가기 싫어서 그냥 버텼었는데 일주만에야 고열과 극심한 복통이 줄어들었다. 사람이 반쪽이 됐다라는 표현을 그때 실감했다.

출장일을 보고나서 혼자 이국 거리를 돌아다니거나 호텔방에 있으면 객창감에 사로잡히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 혼자된 외로움, 호젓함, 적막함을 은근히 즐기기도 했었다. 그러다보니 심지어는 귀국하여 다시 맞닥뜨린 집, 직장 등 생활의 번잡함에 도로 출장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아무 할일 없는 이국에서의 혼자된 주말은 주중내내 격무에 시달리고도 편히 쉴 수 없는 국내에서의 주말에 비해서 한갓지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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