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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e passes

그리움

고부운 2015. 9. 17. 02:41

나이가 늘어가면서 두려운 것이 있다. 잉여와 치매. 이 두가지 중에서 잉여는 그래도 어느정도 스스로 조정 가능한 부분이 조금은 있겠으나 치매는 정말 두렵다.

치매의 느낌이 어느 정도 일지 생각해 본적이 있었다. 낯선 곳, 낯선 시간, 낯선 사람들 속에 서있는 느낌이 아닐지?


치매 정도가 심해지신 어머님을 우여곡절 끝에 내가 살고 있던 인도로 모셨었다. 원래 깔끔한 분이셔서 미국 누나네 같이 깨끗한 환경을 좋아 하셨지만 어려운 일이었다.

인도 집에서 애엄마 애들을 가끔 못알아 보시는데 유일하게 아들놈 나만은 착오 없이 알아보신다. 내가 회사에 가있는 동안 느끼셨을 낯선 시간 낯선 곳 낯선 사람들 속에서 얼마나 당황스러우셨을까.

어느날 오후 어머님을 돌보는 전담 도우미와 집 대문 앞의 경비가 식사 때문에 잠깐 자리를 비운 틈에 어머님이 집을 나가 버리셨다. 기사 둘, 차 두대, 하녀 둘 나와 애엄마가 전부 나서서 찾아 나섰다. 수색 범위가 500m 1km로 늘어 나갔다. 결국 각 주택이나 건물 경비원들에게 수소문해서 어머님이 가신 방향을 알아내기는 했는데 찾을 수가 없었다. 점점 집에서 멀리 갔는데 그렇게 까지 멀리 가섰을까 믿기가 어려워서 불안하고 혼란스러웠다. 우리집이 속한 주택단지 뒷쪽에 있는 큰 대학교를 낀 인적없는 도로를 타고 먼쪽으로 가셨다고 대학교 경비가 알려줬다. 그때는 이미 어머님의 식사량이 줄어 있었는데 어떻게 그렇게 멀리까지 가셨는지 반신반의 하며 수색해갔다.

갖은 노력 끝에 당시의 Anand Niketan, West End에 있는 집에서 약 3km 떨어진 Dhaula Kuan이라는 곳의 혼잡한 버스 정거장에서 어머님을 찾았다. 한국이나 여타 나라의 버스정거장과는 형태가 다른, 수 백명의 사람들이 버글 거리는 인도의 버스정거장., 그냥 도로옆에 포장도 안돼어 있고 표지판이나 안내판 같은 것도 없는그냥 길게 늘어진 버스 정거장이었다. 언뜻 봐서는 그 긴 버스 정거장에서 어떻게 목적하는 버스를 골라 탈 수 있는지 알 수가 없는 혼잡한 정거장. 해가 이미 진 저녁이라서 어둑어둑해지기 직전이었는데 혼잡한 인파 속에서 어머님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계셨다.


얼마전에 캡쳐해둔 그날의 어머님의 행로다. 실제로는 더 돌으셨을 수도 있겠다.


술 한잔에 급작스레 해일처럼 몰려드는 그리움이 감당이 안된다. 엄니... " 얘야 밥은 먹었니?"  그 때는 그 말씀이 그리 듣기 싫었었는데... 이제는 간절히 다시 듣고픈 그 말씀. 아들에게 말 붙힐 접점이 그것 밖에 없는데 그걸 타박한 불효자라니, 그리움에 죄스러운 마음까지 더해져 더욱 사무친다. 어버이 살아신제 섬기기란 다하여라. 그 지당한 삶의 진리를 모른 멍청이. 아래 노래 가사처럼 미안해요 미안해요를 수 없이 되뇌이는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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