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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고부운 2013. 11. 27. 10:47

한국 맥주 맛없다는 것은 외국맥주를 좀 마셔본 사람들은 모두가 알고 있는듯 하다. 맥주 맛을 잘모르는 내가 마셔봐도 그렇다. 부카니스탄의 룡성 맥주보다도 심히 못하다고 평가되는 심지어는 '물섞은 오줌'이라고 조롱 받는 한국 맥주들이다.(실제로 한국맥주는 하이그래비티 공법이라고 해서 최종적으로 물을 타서 만든다.) 청량감을 높이기 위해서 탄산을 많이 집어 넣는 꼼수도 부린다는 비난도 있다. 그런데도 맥주 메이저들(예전에 OB와 크라운으로 대표되었던 맥주 메이저들)은 이를 시정할 생각이 별로 없는듯 하다. 수입맥주가 득세를 해도 그 유통사업을 대부분 자신들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겠다. 나는 국산 맥주는 그냥 폭탄주의 재료로 이해하고 있고 정히 마셔야 할때는 생맥주로 병,캔이면 골X라거 아니면 맥X를 마신다. 이런 저런 선택이 없으면 아무거나...

내가 미국에 출장 다니던 초기에는 식당에서 이런 저런 맥주를 골라서 먹어보는 재미가 쏠쏠 했었는데 좋아했던 맥주는 쿠어스와 칭따오 였다. 회사 회식 뒷풀이로 맥주를 마시다가 '한국맥주는 맛이 없고 미국 맥주 무엇 무엇이 맛있더라' 했다가 임모 쫄따구에게 별 부르조아 같은 소리 다들어 보겠다고 한소리 들었었다.(그 친구가 지금은 뭐라고 할는지 궁금하다) 그 후로 마신 맥주 중에서는 싱가폴의 타이거, 호주의 포스터스 등이 한국 맥주보다 괜찮았었다. 인도에서 많이 마셨던 킹피셔는 그닥...

젊었을 때는 일본에서 수퍼드라이를 내놓으면서 썼던 표현으로 '딱 끊어지는 맛'을 선호었는데 이것은 아마도 뒷맛에 강한 알콜기(소주맛?)가 느껴지는 개운치 않은 국산 맥주때문에 상대적으로 좋아했지 않았나 싶다. 세월이 가면서 풍미가 많은 맥주를 선호하는 쪽으로 바뀌었는데 편의점등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맥주 중에서는 Pilsner Urkell이 좋았었다.


요즘은 많은 수입맥주를 마셔 볼 수 있다. 맥주창고 형태의 맥주전문점과 2마트나 집더하기에 가면 수십종의 맥주들을 만날 수 있는데 최근에 마신 맥주 중에 최고는 단연 미국의 Samuel Adams Boston Lager 이었고 그 다음은 영국의 Fuller's ESB 다. Erdinger 도 내 입맛에 밎는데... 비싸다.


와우! Samuel Adams Boston Lager

이미 술 한잔 걸친 상테에서 딸이 권해서 별 생각없이 마셨다. 미국맥주인데다가 이름에 Lager자가 들어가 있어서 그렇겠거니 하고 마셨는데 이건 뭐 내가 느끼기에는 거의 에일수준의 짙은 맛에 여러가지 풍미에 깜짝 놀랐다. 미국맥주 같지 않았다. 내가 좋아하자 딸이 한 박스 선물하겠단다.


오른쪽 병맥주들은 내 기준에 프리미엄급이고 왼쪽은 싸고 맛있는 둘마트 직수입 캔맥주들이다. Samuel Adams에서 아쉬운 점은 가격이다. 미국 본토에서 싸게는 병당 1불 어림이라는데 여기서는 둘마트 기준 3,740원이나 한다. 왼쪽 둘마트 직수입 맥주는 캔당 1,500원에 소개 되었었는데 지금은 1,600원 1,700원 정도 한다. 위 사진에 나온것 말고도 몇 종 더 있는데 국산 맥주보다도 싸고 맛있다. 마케팅비용이라는 거품이 빠져서 싼듯하다. 둘마트 갈때마다 몇 캔씩 집어 오는데 마눌하고 같이 가면 꼭 한소리 하지만 그래도 카트에서 빼버리는 횡포를 부리지는 않으심에 감읍할 뿐이다.

집에서 맥주 마실 때는 Samuel Adams 한병으로 기분내고 나머지는 둘마트 직수입 캔맥주 한 두개로 양을 채운다. 구운 한치와 땅콩 혹은 카레오징어구이와 맥주의 조화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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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셔본 맥주 중에서 가장 특이했던 것은 독일 뮨헨에 회의 참석차 출장 갔을 때 주최측에서 대접한 뮨헨 근처 산속 수도원에 딸린 직영주점의 알콜도수 14도짜리 생맥주다. 한 60명 정도가 갔었는데 마시기 시작하고 그 후로는 기억이 안난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술 마시고 기억이 안난 경우는 이 때가 처음인듯 하다. 보통 맥주 마시듯 마시다가 다들 취해 버렸다.

가장 특이했던 맥주집은 역시 뮌헨에 있는 커다란 지하 벙커에 차린 맥주집이었다. 전쟁 때 만들었다는 커다란 반원형 굴 형태의 벙커였는데 천정에 그대로 노출된 배관 배선 등이 생경스러웠었다. 지금은 한국에도 천정 배관 배선 설비를 그대로 드러내거나 색칠만 해놓은 가게들이 많이 있지만 그때는 그 발상이 신기했었다.


왜 한국 맥주가 맛이 없는지는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면 보면 많은 자료들이 있다.

Samuel Adams를 내는 The Boston Beer Company는 수십종(상시 제품에 계절스페셜에 소량제조 버전에 복잡다단해서 몇 종인지 셀 수가 없다. 상시 제품만 40종이라고 한다)의 맥주를 내며 시시 때때로 계절 스페셜을 내놓고 있다. 또 매년 Samuel Adams Utopias 라는 병당 150~190불하는 도수 29도인 Limitted Edition 맥주(에일)도 만들어 낸다. 그들의 맥주에 대한 열정을 보면 대한민국 맥주사들을 다시 보게된다. 나쁜 의미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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